삶의 의미를 잃고 지친 한 영화감독이 바다를 헤엄치다가 문어를 만난다.
1년간 문어를 따라다니며 문어의 삶을 함께한다.
남성은 문어와 친구가 되어 함께 헤엄치고 교감한다.
그 모든 과정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
인간과 문어의 교감을 다룬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다큐멘터리 감독인 박물학자 크레이그 포스터(Craig Foster)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주인공 크레이그 포스터가 살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촬영되었다. 크레이그 포스터는 케이프타운 근처의 펄스만 다시마숲에서 문어 한 마리를 만난다. 약 1년 동안 그와 문어가 교류한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2020년 밀레니엄 독스 어게인스트 그래비티 영화제에서 처음 개봉했다. 넷플릭스에서는 2020년 9월 7일에 출시되었다.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다른 영화제에서도 다큐멘터리상을 다수 수상했다.
"매일 잠수하지만, 이제 홀로 헤엄치지 않는다."
크레이그 포스터는 칼라하리 사막에서 무려 18년간 전문 사냥꾼들과 함께 촬영 작업을 했다. 그러면서 정신적으로 병이 나 가정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이르렀다. 회복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2년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그가 어릴 적 수영을 하며 놀았던 대서양 바다로 들어가게 된다. 파도가 강하게 치고 수온도 8~9도로 차가운 바다였다. 그럼에도 그는 약 1년 동안 바다를 헤엄치고 마침내 바닷속을 자유롭게 유영할 수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거대한 다시마 숲을 만난다. 크레이그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바닷속에 빠지면서 미뤄두었던 촬영 욕구가 다시 생기게 된다.
다시마 숲에서 헤엄치던 크레이그는 무언가 발견한다. 그것은 조개껍질과 해초 등으로 자신의 몸을 둘러싸 보호하고 있는 문어였다. 문어를 만난 뒤로 크레이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문어를 찾아간다. 크레이그가 매일 찾아가자 문어도 처음에는 경계했으나, 크레이그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이후에는 평소처럼 행동한다. 둘의 만남이 매일 이어지자 마침내 문어가 크레이그의 손 위로 올라가듯 팔을 뻗어 서로 접촉하게 된다. 서로 믿고 교감할 수 있는 단계까지 되었지만, 크레이그가 실수로 카메라 렌즈를 떨어뜨려 문어가 놀라 달아나게 된다. 문어는 보금자리도 옮겨버렸다. 크레이그는 포기하지 않고 '문어처럼 생각'하면서 문어를 끝내 찾아낸다. 문어도 자신을 찾아온 크레이그를 거부하지 않고 팔을 뻗어 맞이해 준다.
이후에 크레이그와 문어는 서로 교감하며 많이 친해진다. 그러나 바다는 안전하고 평화롭기만 곳이 아니다. 다른 날과 다름없이 크레이그는 문어를 찾아간다. 문어는 천적인 파자마 상어와 대치 중이다. 계속해서 도망가던 문어는 돌 밑에 숨어보지만 결국 팔 하나를 상어에게 뜯기고 만다. 그 모습을 보던 크레이그는 문어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라 생각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크레이그는 다음날 문어 굴에 다시 찾아간다. 문어는 일주일 동안 움직이지 않고 웅크리고 있다. 일주일이 지나자 문어의 뜯긴 팔의 자리에서 작은 팔이 재생되고 있었다. 100일이 넘어가자 문어의 팔은 완전하게 회복된다. 이 과정에서 크레이그는 자신의 아들에게도 문어를 소개해 준다. 이후에도 파자마 상어의 공격이 있었지만 문어는 조개껍질을 몸에 둘러 보호하거나 육지로 달아나기도 한다. 게다가 상어의 등에 달라붙기도 하며 지능적으로 상어의 공격을 피해낸다.
시간이 흘러 문어에게 짝이 생겼다. 그리고 알을 낳는 문어. 알을 낳은 뒤로 문어는 먹지도 않고 알을 지킨다. 알을 보호하던 문어는 결국 알이 부화하는 날에 자신의 모든 영양분을 알들에게 내어주고 죽게 된다. 알이 부화하자 어미 문어는 쓰러지고 그때를 기다린 듯 수많은 물고기들이 달려들어 문어를 뜯어먹는다.
이후에도 크레이그는 아들과 다이빙을 한다. 어느 날 크레이그의 아들은 작은 새끼 문어 한 마리를 만난다.
문어가 꿈을 꾼다면, 어떤 꿈을 꿀까?
<나의 문어 선생님>에서 나오는 암컷 문어는 '옥토퍼스 벌가리스'이다.(한국명으로는 왜문어, 참문어, 돌문어로 불린다.) 문어는 개와 고양이만큼 지능이 높은 동물이다. 연체동물 중 가장 지능이 높다. 문어는 세 개의 심장을 갖고 있다. 게다가 9개의 뇌가 있다. 8개의 다리에 각각 하나씩 작은 뇌가 있고 중심에 큰 뇌가 하나 있다. 다리에 자리 잡은 뇌가 문어의 인지력의 2/3를 차지한다.
하급 영장류와 비슷한 정도의 높은 지능을 가진 문어가 꿈을 꿀 수 있을까? 꿈을 꾼다면 어떤 꿈을 꿀까? 파자마 상어를 멋지게 물리치는 꿈을 꿀까? 꿈에서 조개껍데기로 둘러싼 패션쇼를 벌일까? 궁금하다.
기존에 문어에 대한 정보는 너무나도 적다. 나와 같은 일반인은 알지 못한다. 아마 <나의 문어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어라고 하면 다코야키가 떠오를 뿐. 이번 다큐멘터리 통해 문어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게 되었다. 문어에 대해 보다 관심이 생겼다.
크레이그 포스터 저자인 펄스만의 다시마숲 해양관찰 책이 있다. <나의 문어 선생님>을 본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법한 책이다. 국내에서는 <바다의 숲>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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